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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 중국 홍콩 대만 근현대문학 특선 / 혼수로 받은 수레

혼수로 받은 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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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학 특선 2. <<혼수로 받은 수레>>

그들의 고단한 삶
오래전부터 다양한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명나라 말기에 복건성 사람들이 건너와 자리를 잡으면서 중국 땅이 되었다. 청나라가 전쟁에 지자 일본 땅이 되었고 50년이 지나서야 해방되었는데 그 뒤를 국민당 군대가 이었다. 그들은 주민을 억압했고 견디지 못한 타이완 사람들이 저항을 시작하자 더 많은 군인이 들어와 대학살이 벌어졌다. 그때부터 시작된 계엄령은 1987년까지 계속되었고 왕전허의 소설은 이 긴 고통의 역사 가운데 한 대목, 1960~1970년대를 묘사한다. 국내에 그의 작품을 처음 소개하는 고운선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어 보자.

<<혼수로 받은 수레>>는 어떤 책인가?
1970년대 타이완 문단에 화제를 일으켰던 왕전허의 단편소설집이다. 처녀작을 포함해서 일곱 편이 실렸다.

타이틀 작품은?
<혼수로 받은 수레>는 타이완 향토문학의 걸작이다. 당시 사회가 직면한 변화의 물결과 곤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그렸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가볍지도 않게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다른 작품들은?
1960~1970년대 타이완이 안고 있었던 문제와 정체성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들이다.

이 책은 왜 중요한가?
타이완의 실제를 타이완의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왕전허는 누구인가?
전후 타이완 1세대 작가다. 대학 1학년 때 처녀작을 발표한 뒤 하나씩 배워 간다는 자세로 창작에 임했다. 1984년 장편소설 <<장미, 장미여, 사랑해>>를 발표하면서 대체할 수 없는 문학 세계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의 독특성은 어떤 것인가?
내적 독백, 복수의 언어 활용, 따옴표 없는 인물 간의 대화, 속어와 비어, 속담의 풍자적인 언어유희, 한마디로 다양한 파격을 보여 준다.

타이완 문학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통속적이고 저속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타이완어를 문학의 수준으로 띄워 올렸다. 언어를 통해 복잡한 타이완 역사를 정리했다. 엘리트 미학 관념으로 비판받기도 했던 ‘전통 비틀기’ 정신을 현명하게 계승해 발전시킨 작가로 평가된다.

왕전허의 작품이 나올 즈음 타이완의 분위기는 어땠나?
1970년대 이후 타이완의 국가 지위가 세계 정치 무대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민당이 표방한 대륙 회복의 이상은 입지를 잃게 되고 통치 권력에 유착했던 어용 작가와 사상가들 역시 세력을 잃었다. 타이완 사회의 저변에서 생활의 근거지인 타이완 섬과 타이완 사람의 삶과 역사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했다.

번역의 어려움은?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중하층 인물 또는 도시 소시민의 인생을 담고 있지만, 이를 그리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소설의 문체는 상당히 난해하다. 일반적인 중국어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옛 문헌에서나 마주칠 법한 벽자(僻字)와 고어가 등장하며, 사전에도 없는 속어와 비어, 일본식 한자와 영어식 중국어가 난무한다.

번역의 중점을 어디에 두었나?
독서의 수월성보다 원작의 전달에 더 치중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속어와 비어를 한국 독자가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작가가 선택한 단어와 활용하고 있는 수사법, 장르 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설에 차용한 낯선 형식도 날것 그대로 전달되게 옮겼다.

염려되는 바는 없는가?
세계 각국 작가의 작품과 다양한 형식의 문학작품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은 생소함과 불편함 때문에 읽는 도중 그만둘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낯선 형식과 불편함이야말로 왕전허가 주목받게 된 계기였다.

처음 생각나는 이 책의 독자는?
타이완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 진짜 타이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은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타이완 상식이 얼마나 비상식인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혼수로 받은 수레
완파는 아무 말도 못했다. 사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다만 아하오가 이 말을 했을 때 얼굴이 매우 불그레해졌다는 것만 기억했다. 어떤 사람이 가정을 보살펴 주고 있다니, 어쨌든 잘된 일이다.
출옥하는 날 아하오와 다섯째가 마중 왔다. 다섯째는 새 옷을 입고 있었다. 집에 와서도 완파는 젠가 놈을 보지 못했다. 밤이 되자 젠가 놈이 돌아왔는데, 완파를 위로하려고 맥주 두 병을 가지고 왔다. 젠가 놈은 완파에게 이, 이, 앙, 앙 하면서 말을 했는데, 사실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하오가 끼어들었다. “젠 선생이 당신에게 달구지 한 대를 사 줬어요. 내일부터 당신은 직접 돈을 벌 수 있어요!”
“나에게 사 줬다고?” 완파는 어리둥절하며 놀랐다. 평생 소달구지 가지기를 고대해 왔는데, 마침내 눈앞에서 실현되다니! 잠깐 매우 기뻐했다가 스스로에게 매우 화가 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비굴한가! 참으로 비굴하도다! 결국 아내와 바꾸다니!
하지만 그래도 달구지를 건네받았다. 친절을 거절하기 어려워서 말이다.
완파가 밤에 요릿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면, 젠가 놈은 거의 매주 완파에게 맥주 한 병을 주었다. 완파는 눈치는 빨라서 항상 밖에서 배회하다가 아주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왔다. 간혹 너무 일찍 돌아오게 되면, 밖에서 눈치를 보다가 젠가 놈이 일을 끝내고 나와서 문가의 멍석이 깔린 곳에서 깊이 잠든 다섯째와 함께 누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서야 집으로 들어왔는데, 마치 젠가 놈을 보지 못한 듯 또 그 농후한 암내를 맡지 못한 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항상 일주일에 한 번 술을 보내 주면서 이때까지 한 번 이상은 보내지 않았으니, 젠가 그놈은 보건 지식도 상당히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마을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떠돌고 있었다. “처녀에게는 떡이 한 상자, 두 번째 시집가는 부인네한테는 소달구지 한 대!” 이 말은 아주 먼 곳까지 전해져서 오래오래 유행했다.
회식을 하던 사람들은 돈을 내려고 일어났다. 그들이 떠나려 할 때, 볼록 부풀어 오른 가슴보다 더 큰 머리를 가진 사람이 완파 쪽으로 침을 뱉었는데 하마터면 완파의 얼굴에 뱉을 뻔했다.
완파는 벌컥벌컥 술을 다 마시고는, 시간이 아직 이르다고 생각되자 탁자를 쳤다. “주인장, 당귀 술로 요리한 오리를 한 접시 주시오!”
방금 회식하던 그 사람들이 왜 또 음식점 입구에 모여서 그를 빤히 바라봤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했다가 웃었다가 하는 것이, 마치 완파의 엉덩이가 그의 머리 위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했다.

<<혼수로 받은 수레>>, <혼수로 받은 수레>, 왕전허 지음, 고운선 옮김, 48~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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